베트남의 축제는 매우 다양합니다. 설날, 불꽃놀이, 중추절, 그 외의 여러 행사들이 전통 의식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져 풍부한 문화적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와 닮은 베트남의 설날 ‘뗏’의 풍경과 의미
뗏 응우옌단(Tết Nguyên Đán), 즉 베트남 설날은 베트남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가장 강하게 표현하는 국가적 축제입니다. 음력으로 새해를 맞이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시기적으로 같은 때에 명절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베트남 전역은 화려한 장식과 붉은색으로 물들며, 도시와 시골 모두가 활기찬 분위기에 휩싸입니다. 베트남은 가족 중심의 귀향 문화가 뚜렷하여, 설을 앞두고 수백만 명이 고향을 찾아 이동합니다. 기차역, 버스터미널, 공항은 귀성객들로 붐비며, 연말 상여금 ‘뗏 보너스’를 받는 직장인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설 준비에 나섭니다.
설 전야부터 음력 정월 초하루까지는 조상 제사, 신년 인사, 세뱃돈, 전통 음식 마련 등 한국 설날과 유사한 문화가 전개되며, 가족과의 재회는 가장 큰 기쁨으로 여겨집니다. 설날의 대표 음식인 반쯩(Bánh chưng)은 찹쌀, 돼지고기, 녹두를 바나나잎에 싸서 쪄낸 음식으로, 북부 지역의 전통을 대표합니다. 그런데 베트남의 남부지방에서는 둥근 형태의 반떼(Bánh tét)가 더 보편적으로 소비됩니다.
명절 기간 동안에 도시는 거리가 비워지고 상점도 일제히 문을 닫습니다. 이때 베트남을 여행하신다면 상점을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방문 전에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셔야 합니다. 대신에 명절기간동안에도 운영하는 숙소와 식당에 대한 예약을 하는데 성공하셨다면 베트남 전역에서 사자춤, 꽃 시장, 전통 공연, 야외 무대 등이 활발히 펼쳐지기 때문에 구경할 거리가 넘칠 것입니다. 특히 호치민의 응우옌후에 거리(Nguyen Hue Street)와 하노이의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설날 맞이 축제의 중심지여서 뗏 기간 동안에도 밤낮으로 방문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중국과 인접한 문화권이어서 길거리에서는 복(福) 글씨를 써주는 서예 이벤트, 무료 음식 나눔, 전통 악기 공연 등이 함께 어우러집니다.
정월 초하루 자정에는 불꽃놀이의 불꽃이 전국에서 동시에 터지며 새해의 시작을 알립니다. 사이공강, 바딘 광장, 다낭 해변 등 주요 명소에서는 수천 발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습니다. 그 불꽃들은 가족과 연인의 소원을 실어 하늘에 날립니다. 뗏은 베트남인의 정서, 문화, 공동체 정신이 가장 짙게 표현되는 민족의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낭과 호치민 불꽃놀이 축제의 매력
베트남의 불꽃놀이 문화는 자국민을 기쁘게 하기 위한 축하행사일뿐만 아니라 예술성과 국가적 자긍심을 상징하는 대표 행사입니다. 뗏 기간 외에도 연중에 진행되는 다양한 불꽃놀이 행사를 즐기기 위해 세계인이 모여듭니다. 대표적으로는 매년 여름 다낭에서 열리는 국제 불꽃놀이 대회(DIFF: Da Nang International Fireworks Festival)가 있습니다. 이 축제는 세계 각국의 팀이 참여하여 음악, 레이저, 조명, 불꽃을 조합한 고품격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강 다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관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DIFF는 한 달여 동안 매주 토요일 열리며, 참가국들은 매년 바뀌는 테마에 따라 창의적인 불꽃 연출을 펼칩니다. 예를 들어 작년의 2024년 대회는 “세계 평화”를 주제로, 각국이 자국의 문화와 상징을 반영한 불꽃 공연을 구성했습니다. 관람은 유료 좌석으로 미리 예약이 필요하지만, 인근 루프탑 바나 카페에서는 무료로 감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 외에도 호치민시와 하노이에서는 매년 설날, 통일기념일(4월 30일), 독립기념일(9월 2일)에 대규모 불꽃놀이가 펼쳐집니다. 특히 사이공강변과 Bitexco 타워, 하노이의 바딘 광장과 서호 주변은 불꽃놀이 명당으로 꼽힙니다. 이 시기에는 교통 통제가 이루어지고, 공연, 길거리 퍼레이드, 시민 이벤트가 함께 열려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으로 변합니다.
베트남의 불꽃놀이는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베트남인들에게 애국심과 자긍심을 갖게 하는 축제입니다. 공동체의 기쁨을 나누는 매개체인 샘입니다. 특히 불꽃축제를 보면서 자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이 장면들이 가족과 함께한 추억의 핵심으로 오래도록 남고 자국 문화에 자긍심이 심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의 불꽃 축제는 베트남의 문화적 상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족 중심의 중추절 ‘뗏쭝투’의 전통과 현대
뗏쭝투(Tết Trung Thu), 즉 베트남 중추절은 음력 8월 15일에 열리는 달맞이 명절로, 어린이날의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한가위처럼 보름달을 바라보며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이 중심이지만, 베트남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축제의 성격이 강해 가족 간 정서와 공동체 의식이 잘 드러나는 행사입니다. 이 날은 부모가 자녀에게 선물을 주고, 아이들은 색색의 등불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냅니다.
중추절을 대표하는 음식은 문케이크(Bánh Trung Thu)입니다. 연유, 팥, 녹두, 달걀 노른자, 고기, 견과류 등 다양한 속재료로 만든 이 달 모양 과자는, 회사와 지인 간에도 선물용으로 널리 활용됩니다. 호치민과 하노이의 베이커리와 백화점에서는 중추절 전 한 달간 문케이크 선물세트가 대대적으로 판매되며, 이는 사회적 예절과도 연결됩니다.
또한 종이등불 행진(Đèn ông sao)은 중추절의 핵심입니다. 별 모양, 물고기 모양, 토끼 모양 등 다양한 형상의 등불을 든 아이들이 동네 골목이나 학교 운동장을 돌며 축제를 즐깁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 인형극, 마술 쇼, 어린이 노래 대회, 지역 전통춤 등도 함께 열립니다. 특히 호치민 5군, 하노이 옛 거리, 호이안 구시가지 등은 도심 전체가 중추절 분위기로 가득 차며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에는 중추절을 맞아 기업 및 사회단체가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행사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NGO 및 자원봉사자들은 고아원, 농촌학교, 소수민족 마을을 방문해 문케이크와 학용품을 나눠주며 축제의 의미를 ‘나눔’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뗏쭝투는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행사를 넘어, 미래 세대에게 공동체의 온기를 전하는 축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후에 호이안의 대표 전통문화 축제
하노이(Hà Nội)는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베트남의 수도로, 매년 다양한 전통 문화 축제가 개최됩니다. 특히 음력 새해를 맞아 열리는 텃꽃 시장과 거리 예술 공연, 민속 음악 연주 등은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볼거리입니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주요 행사 장소이며, 서예가들이 복(福) 자를 써주고, 전통 복장을 입은 배우들이 민속극을 펼칩니다. 이 시기에는 도시 전체가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열린 문화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후에(Huế)는 과거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던 만큼, 베트남 전통 궁중 문화와 연극, 무용, 의상 퍼레이드 등 고전적 아름다움을 중심으로 한 대형 축제가 유명합니다. 대표 축제인 후에 페스티벌(Festival Huế)은 격년마다 열리며, 후에 왕궁, 흐엉강 강변, 궁중 정원 등을 무대로 삼아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집니다. 궁중 무용, 민족 오페라 ‘하뜨쏘’, 베트남 전통 무술 시연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국제 공연팀도 참여해 다문화 예술의 장이 됩니다.
호이안(Hội An)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로, 유명한 축제로는 매월 음력 보름에 개최되는 등불 축제(Lễ hội đèn lồng)가 대표적입니다. 이날 저녁이 되면 호이안 구시가지 내 모든 전등이 꺼지고, 등불과 초로만 거리를 밝힙니다. 사람들은 종이등에 소원을 적어 투본강에 띄우며, 소망과 평안을 기원하는 전통의식에 참여합니다. 관광객과 현지인이 어우러져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밤을 보내며, 전통 음악과 민속 놀이가 함께 열려 정적인 감동이 큰 축제입니다.
북부 산악지역과 남부 농업 축제의 문화 가치
베트남 축제는 도시 중심의 대규모 이벤트뿐만 아니라, 지방과 소수민족 중심의 소규모 전통행사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북부 산악지대인 사파(Sapa), 박하(Hà Giang), 디엔비엔(Điện Biên) 지역에서는 몽족, 따이족, 자오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전통 의상, 음악, 무용, 공예를 선보이는 문화 교류형 축제를 엽니다. 봄맞이 의식, 결혼식 재현, 직조 시연, 민속 씨름 등은 외국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박닌(Bắc Ninh) 지역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꽌호(Quan họ) 민요 축제가 열리며, 전통 복장을 입은 남녀가 선창과 후렴을 주고받으며 사랑과 자연, 철학을 노래합니다. 축제 기간 동안 민요 공연 외에도 전통 놀잇감 체험, 대나무 뗏목 타기, 국악기 전시 등이 함께 열려 생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축제로 구성됩니다.
남부의 메콩델타 지역에서는 농업과 수산업을 주제로 한 지역 밀착형 축제가 활발합니다. 벤쩨(Bến Tre)에서는 코코넛 축제, 빈롱(Vĩnh Long)에서는 망고 수확 축제, 까마우(Cà Mau)에서는 수상시장 문화 축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꽃배 퍼레이드, 농산물 마켓, 민속 무용단 공연 등이 어우러져 자연과 사람, 전통이 하나가 되는 감동을 전합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베트남 농촌의 일상과 정서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입니다.
베트남 축제로 만나는 감성과 공동체의 풍경
베트남 축제는 단순한 1회성의 이벤트나 볼거리가 아닙니다. 각각의 민족적 규모의 명절과 축제는 공동체의 유대감과 문화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장입니다. 뗏 설날의 귀향과 가족애, 중추절의 나눔, 다낭 불꽃놀이의 창조적 예술성, 지역 축제의 소박함과 진정성… 이 모든 것들은 ‘축제’라는 형식을 통해 베트남인의 정신과 감성을 드러냅니다.
여행자들도 이러한 축제의 중심에서 관찰자가 아닌 체험자, 공감자가 됩니다. 거리에서 만난 사자춤, 하늘을 수놓는 불꽃, 아이 손에 들린 종이등불 하나조차, 여행자의 기억에 깊이 각인되는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다음 여행에서 베트남을 찾는다면, 달력에 맞춰 축제를 계획하고 참여해 보세요. 그 순간, 베트남은 단순한 목적지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여러분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