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현지 분위기를 즐기며 술 마시기 좋은 로컬 바들을 소개합니다.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지역별 숨겨진 명소를 중심으로 안내합니다.
베트남 로컬 바의 매력, 현지를 마시다
베트남은 단순한 관광지 그 이상이다. 음식, 풍경, 사람 모두가 따뜻하고 친근하지만, 그중에서도 ‘로컬 바(Local Bar)’ 문화는 여행자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특별한 경험 중 하나이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술은 단지 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대화의 시작점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이고, 친구·가족·직장 동료들과 유대를 다지는 중요한 매개체다. 특히 하노이와 호찌민, 다낭을 중심으로 발전한 바 문화는 단순한 음주 장소를 넘어 베트남 특유의 정서와 라이프스타일이 녹아 있는 현장이라 할 수 있다. 베트남 로컬 바는 보통 우리나라의 술집처럼 고급스럽거나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지 않는다. 거리의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며 오토바이 소음을 배경으로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장면이 오히려 이 나라의 진짜 바 문화다. 거기에 더해진 싸고 다양한 안주, 친절한 주인, 소박하지만 깊은 분위기는 전통적인 유럽식 펍이나 한국식 호프집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또한 로컬 바에서는 베트남의 대표 맥주 ‘사이공(Saigon)’, ‘하노이(Hanoi)’, ‘333(바바바)’ 등의 생맥주뿐 아니라, 다양한 수제 맥주, 쌀로 만든 전통주 ‘루오(Rượu, 르우)’ 등을 직접 맛볼 수 있어 알코올 애호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탐방 코스가 된다. 이 글에서는 베트남 주요 도시별로 술 마시기 좋은 로컬 바를 소개하고, 각각의 장소가 지닌 특성과 함께 음주 문화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자 한다.
도시별로 즐기는 명소들
먼저 하노이(Hà Nội)에서의 로컬 바 탐방은 ‘타 히엔 거리(Phố Tạ Hiện, 포 따 히엔)’에서 시작된다. 이 거리는 ‘하노이의 비어 스트리트(Beer Street)’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며, 저녁이 되면 좁은 골목길을 따라 수십 개의 바와 노점이 열리며 길 전체가 마치 한 개의 대형 야외 바처럼 변한다. 대표적인 바인 **“Beer 2KU”나 “1900 Le Théâtre”는 베트남 젊은이들과 외국인 여행객이 어우러져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맥주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길거리 공연도 자주 열리며, 한 잔에 1만~2만동(약 500~1000원)의 싼 맥주 한잔이 그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호찌민시(Ho Chi Minh City)에서는 ‘팜응우라오 거리(Phạm Ngũ Lão)’가 로컬 바 문화의 중심이다. 특히 “Bui Vien Street(부이비엔 거리)”는 외국인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며, 가성비 좋은 바와 클럽이 줄지어 있어 밤이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Crazy Buffalo”, “The View Rooftop Bar”와 같은 바에서는 생맥주부터 칵테일까지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있으며, 특히 야외 테라스에 앉아 호찌민의 야경과 사람들을 구경하는 맛이 있다. 로컬들이 주로 가는 “Ốc Bar” 같은 조개 전문 술집에서는 해산물 안주와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데, 현지인들과 섞여 마시는 분위기 자체가 큰 즐거움이다. 중부의 대표 관광도시 다낭(Đà Nẵng)은 호찌민이나 하노이에 비해 한결 여유롭고 가족적인 분위기의 바가 많다. 특히 **한강변 근처의 “Bamboo2 Bar”, “Minsk Bar”는 외국인과 현지인이 함께 어울리는 분위기로 유명하다. 바 대부분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보다는 로컬들이 자주 찾는 소박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가격도 매우 합리적이다. 생맥주 한 잔에 약 2만동(1천 원), 해산물 안주나 볶음요리도 5만동 이하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푸꾸옥 섬(Phú Quốc)에서는 해변을 배경으로 맥주나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로컬 바가 인기를 끈다. 롱비치(Long Beach) 근처의 “Rory’s Beach Bar”, “Sunset Sanato” 등은 특히 일몰 시간대에 방문하면 아름다운 석양과 파도 소리, 시원한 음료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다른 도시와는 달리 조용하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며, 연인이나 신혼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나트랑(Nha Trang), 사파(Sa Pa), 달랏(Đà Lạt) 등의 지역에서도 지역 특색이 묻어나는 로컬 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사파의 고산지대에서 마시는 따뜻한 쌀주와 민속 공연은 특별한 문화 체험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베트남은 지역마다 분위기와 술 문화가 다르므로 도시별 로컬 바를 체험하는 것 자체가 여행의 큰 재미가 된다.
문화를 마시는 시간
베트남의 로컬 바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공간을 넘어선다. 그것은 곧 이 나라의 정서, 사람들, 일상, 철학이 농축된 문화적 공간이다. 소박한 플라스틱 의자와 시끌벅적한 거리, 맥주 한 병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대화와 웃음. 그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특히 베트남의 로컬 바는 술 문화에 있어서도 독특한 점을 보여준다. ‘건배’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함께 마시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관계 맺음을 상징한다. 한국처럼 '원샷' 문화는 거의 없으며, 대화와 천천히 음미하는 즐거움이 중요시된다. 또한 술을 마시면서 함께 나누는 음식들은 대부분 지역 식재료와 전통 조리법이 녹아 있어, 단순한 안주 그 이상의 풍미를 제공한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고급 술이 없어도, 세련된 공간이 아니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자리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교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여행자들이 로컬 바에서의 만남과 경험을 가장 인상 깊은 추억으로 손꼽는다. 하지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주의사항도 있다. 음주는 항상 적당히 해야 하며, 특히 혼자 술을 마실 경우 바 주변을 너무 늦게까지 배회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산 시 가격을 정확히 확인하고, 지나치게 값이 낮은 술은 품질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요금 청구나 혼합주에 의한 사고 사례도 드물지 않기 때문에, 항상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베트남의 로컬 바는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여행자에게 가장 빠르게 ‘베트남의 오늘’을 경험하게 해주는 장소이다. 때로는 친구를 만나고, 때로는 하루를 위로받으며, 또 어떤 날은 현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웃음짓는 공간. 그러한 순간들이 여행을 더욱 풍성하고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만들어 준다. 만약 당신이 진짜 베트남을 만나고 싶다면, 꼭 한 번은 로컬 바에 들러 잔을 기울여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