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는 중세의 고풍스러운 상층 도시와 현대적인 하층 도시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곳입니다. 풍부한 역사와 활기 넘치는 문화 생활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그레브, 크로아티아의 심장부에서 빛나는 역사와 활력
크로아티아 북서부에 위치한 자그레브는 아드리아 해안의 유명 관광 도시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크로아티아의 수도입니다. 사바 강 북쪽에 자리 잡은 이곳은 오랜 역사 동안 중부 유럽과 발칸반도를 잇는 중요한 교차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로마 시대의 흔적을 시작으로, 중세 시대에는 그라데츠(Gradec)와 캅톨(Kaptol)이라는 두 개의 독립된 언덕 마을이 각각 형성되어 발전했습니다. 이 두 마을은 종교적, 행정적 중심지로서 서로 경쟁하고 때로는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점차 하나의 도시로 통합되면서 오늘날의 자그레브를 이루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특히 16세기부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향을 받으며 도시의 건축 양식과 문화는 중부 유럽의 특징을 강하게 띠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자그레브 곳곳에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중세 시대의 고즈넉한 골목길로 남아 있습니다. 19세기에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자그레브는 경제적, 문화적 중심지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넓은 광장과 공원, 그리고 근대적인 주거 지역이 조성되면서 현대 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과 유고슬라비아 연방 해체 과정에서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하면서 자그레브는 명실상부한 수도이자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자그레브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그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상층 도시인 고르니 그라드(Gornji Grad)는 중세 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역사 지구로, 돌길과 오래된 건물들, 그리고 아름다운 성당이 방문객들을 과거로 이끕니다. 반면 하층 도시인 돈니 그라드(Donji Grad)는 19세기 말에 건설된 현대적인 지역으로, 넓은 대로, 공원, 박물관, 상점들이 들어서 있어 활기 넘치는 도시 생활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반된 매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자그레브는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다른 수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며, 높은 삶의 질과 친절한 시민들은 이곳을 더욱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의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상적인 도시입니다.
그라데츠와 캅톨
자그레브의 상층 도시인 고르니 그라드(Gornji Grad)는 그라데츠와 캅톨이라는 두 개의 역사적인 언덕 마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곳은 자그레브의 뿌리이자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은 곳입니다. 11세기에 캅톨 지역에 대성당이 설립되고 13세기에는 그라데츠가 자유 왕실 도시로 지정되면서 두 마을은 각자의 권력을 확립했습니다. 캅톨은 주로 성직자와 종교 기관이 자리 잡았던 곳이며, 그라데츠는 상인과 장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었습니다. 이 두 마을은 과거에는 서로 성벽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심지어 치열한 경쟁과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돌 문(Stone Gate)과 같은 역사적 건축물을 통해 하나의 도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돌 문은 13세기에 건설된 옛 성문의 일부로, 내부에는 화재에도 기적적으로 타지 않았다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그림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곳은 자그레브 시민들에게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지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기도하고 촛불을 밝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상층 도시의 중심에는 자그레브의 상징인 성 마르코 성당(St. Mark's Church)이 있습니다. 13세기에 지어진 이 성당은 크로아티아의 전통 문양과 자그레브 시의 문양이 새겨진 다채로운 지붕 타일로 유명합니다. 성당 지붕의 왼쪽 문양은 중세 크로아티아 왕국의 문양을, 오른쪽 문양은 자그레브 시의 문양을 나타냅니다. 성당 내부는 14세기 프레스코화와 이반 메슈트로비치(Ivan Meštrović)의 조각상 등 예술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성 마르코 성당 주변에는 크로아티아 의회와 정부 건물이 위치해 있어 이곳이 크로아티아 정치의 중심지임을 상징합니다. 캅톨 지구의 중심에는 웅장한 자그레브 대성당(Zagreb Cathedral)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13세기에 건축이 시작된 이 고딕 양식의 성당은 1880년 대지진 이후 대대적인 복원 공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두 개의 높은 첨탑은 자그레브의 스카이라인을 대표하며, 성당 내부는 화려한 제단,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역대 대주교들의 무덤 등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크로아티아 카톨릭의 심장이자, 국민적 신앙심을 상징하는 중요한 건축물입니다. 대성당 앞에는 마리아 기념 기둥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처럼 자그레브의 상층 도시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크로아티아의 역사와 영혼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입니다.
돈니 그라드와 반 옐라치치 광장, 그리고 그린 호스슈
자그레브의 하층 도시인 돈니 그라드(Donji Grad)는 19세기 후반에 조성된 비교적 현대적인 지역으로, 넓은 대로, 우아한 공원, 그리고 웅장한 박물관과 상업 시설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곳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대의 도시 계획 원칙에 따라 설계되었으며, 파리의 대로와 빈의 링슈트라세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즐비합니다. 자그레브의 중심 광장인 반 옐라치치 광장(Ban Jelačić Square)은 상층 도시와 하층 도시를 연결하는 활기찬 만남의 장소입니다. 옐라치치 총독의 동상이 광장 중앙에 서 있으며, 트램이 오가는 북적이는 이곳은 자그레브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광장 주변에는 백화점, 상점, 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하여 활기찬 분위기를 더합니다. 이 광장은 자그레브의 사회적, 문화적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합니다. 돌라츠 시장(Dolac Market)은 반 옐라치치 광장 바로 위쪽에 위치한 자그레브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입니다. 빨간 우산으로 덮인 노점에서는 신선한 과일, 채소, 육류, 해산물 등 크로아티아의 풍부한 농산물과 특산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자그레브 시민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가장 활기 넘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자그레브의 '그린 호스슈(Green Horseshoe)'는 하층 도시를 따라 펼쳐진 일련의 공원과 광장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녹지 공간입니다. 즈리네바츠 공원(Zrinjevac Park)을 비롯하여 보타니컬 가든(Botanical Garden), 영국식 공원 등이 연결되어 있어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여가를 제공합니다. 즈리네바츠 공원에는 야외 음악당과 분수가 있어 여름철에는 음악회나 다양한 행사가 자주 개최됩니다. 자그레브는 박물관과 갤러리가 풍부한 문화 도시입니다. 미마라 박물관(Mimara Museum)은 크로아티아 최대의 미술관 중 하나로, 3,700여 점의 세계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모네, 르누아르, 마네, 드가, 벨라스케스 등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실연 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은 이별의 슬픔을 담은 기증품들을 전시하는 독특한 박물관으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곳은 유머와 감동이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자그레브의 활기 넘치는 거리인 일리차 거리(Ilica Street)는 자그레브의 주요 쇼핑가이자 상업 중심지입니다. 이곳에는 패션 부티크, 서점, 카페 등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하여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대적인 공간들은 자그레브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활기 넘치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튜스트바와 크렘슈니테, 스피카 문화
자그레브는 풍성한 미식 문화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크로아티아의 전통 요리와 중부 유럽의 영향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선사합니다. 크로아티아 북부 지역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향을 받아 슈니첼, 굴라쉬 등 육류 중심의 요리가 발달했습니다. 자그레브 스테이크는 부드러운 고기에 햄과 치즈를 넣어 튀긴 요리로, 이곳의 대표적인 특선 요리 중 하나입니다. 튜스트바(Čušpajz)는 야채와 고기를 넣어 끓인 스튜로, 따뜻한 가정식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자그레브의 유명한 페이스트리인 크렘슈니테(Kremšnita)는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이 어우러진 디저트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달콤한 즐거움입니다. 자그레브는 또한 활기 넘치는 카페 문화로 유명합니다. '스피카(Špica)'라 불리는 카페 문화는 자그레브 시민들의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주말 아침, 특히 트칼치체바 거리(Tkalčićeva Street)와 프르라치 스트리트(Preradovićeva Street) 주변의 카페들은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트칼치체바 거리는 한때 도시를 가로지르던 개천이었지만, 현재는 매력적인 카페와 레스토랑, 바가 늘어선 활기찬 보행자 거리로 변모했습니다. 이곳은 밤에도 활력이 넘쳐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에게 인기 있는 장소입니다. 돌라츠 시장은 자그레브의 식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이 시장은 상층 도시에 위치한 야외 시장과 실내 시장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야외 시장에서는 매일 아침 인근 농가에서 직접 가져온 신선한 채소와 과일, 꿀, 치즈 등이 거래되며, 실내 시장에서는 육류, 생선, 유제품 등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시장 한편에는 신선한 꽃과 수공예품을 파는 상인들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자그레브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가장 생생한 현장입니다.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와 다채로운 색상의 농산물들은 방문객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지역의 미식 문화를 깊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자그레브는 이러한 풍성한 미식과 활기찬 시장 문화를 통해 도시의 맛과 활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